지난 2월초 설연휴를 전후로 전국에 나붙었던 “문대성, 한판붙자 –형렬-“이라는 광고 현수막은 인터넷 검색 창에서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호기심 자극이라는 측면에서는 성공한 광고기법으로 보여진다.
사람들은 이 현수막의 실체를 두고 “이종격투기인 k1에서 문대성을 무대에 세우기 위한 광고 전략이다”, “선영아 사랑해 같은 신규 인터넷 사이트 광고이다”, “무주 태권도 공원이나 동네 태권도장 광고일 것이다” 등등 설이 분분했다. 한술 더떠 “문대성과 붙으면 발차기를 조심해야 한다”, “형렬이도 태권도 선수일 것이다” 등 해설까지 등장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다.
10여일 이상 궁금증을 자아냈던 이 광고는 결국 모 화장품회사의 신규 제품 론칭을 위한 티저광고로 밝혀졌다. 실체가 밝혀지고 나자 네티즌들은 자신이 화장품회사 광고모델로 기용돼 내용을 사전에 알았을텐데도 모른 채 했던 문대성씨를 비난하는 허탈감을 보이기도 했다.
화장품회사의 해명에 따르면 “현수막은 모델 선발대회를 위한 티저 광고였으며 이후에는 브랜드를 위한 캠페인도 예정했으나 내부 사정상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수막이 설치됐다”고 해서 문씨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음을 간접적으로 옹호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티저광고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1999년의 SK 텔레콤의 TTL 광고도 있었고 2000년 마이클럽의 “선영아 사랑해”, 2001년 금호타이어의 "V보다 빠르다, Z가 온다", 2002년 SK 텔레콤의 “June”, 2004년 야후의 “아저씨 거기가 열렸어요”, 파란의 “세상은 파란을 원한다” 등으로 수없이 많은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현수막 파동을 보면서 역시 튀든 티저광고는 효과가 좋구나 하는 생각을 또 다시 갖게 한다.
티저광고는 본래 광고 타깃들을 약 올리는 것(호기심 유발)에서 출발한다. 티저 (teaser)의 사전적 의미는 “놀려대는 사람, 짓궂게 괴롭히는 사람”으로 단어가 가진 뜻도 그렇다. 광고 타깃의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일종의 메시지 전달의 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광고를 최초로 시작할때 처음에는 회사나 상품 이름을 밝히지 않고 궁굼증을 자아내게 해서 타깃들이 스스로 인터넷이나 주위 사람들을 통해 뭔가를 알아내도록 유도하고 연속적으로 조금씩 오픈하다가 일정 시점에 모두 알리는 방법이 바로 티저광고 기법이다. 따라서 티저광고는 광고 타깃이 정보에 대해 스스로 뒤지게 하는 것이 성공의 포인트가 된다.
워낙 새로운 브랜드나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고 노출되는 광고 공간이나 양도 늘어나니 보니 당연히 더 자극적이고 비상식적인(??) 기법까지 동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기획사의 처지이다.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티저 광고는 1903년 황성신문에 나온 거꾸로 된 시계광고라는 주장도 있고 1960년대의 '캉캉걸' 3~4명이 TV화면에 등장해 헝가리안 랩소디에 맞춰 춤을 추면서 "캉캉이 뭔지 아세요?"라고 했던 국제스타킹(캉캉스타킹)이라는 주장도 있고 프로야구로 유명했던 청보그룹의 청보라면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마케팅적 잣대로 본다면 이것들은 티저광고 형식을 딴 것이지 본격 티저광고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1903년 당시 국내광고계에 티저라는 용어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유는 간단하다. 티저광고는 어느 연속성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두번 반짝해서는 그 효율성도 없을 뿐 더러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매체나 메시지의 시리즈 프로그램을 가지고 진행해야 본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최초의 티저 광고라고 하는 유명 담배 ‘camel’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카멜은 처음 광고캠페인때 텅 빈 광고 면에 “they are coming”이라고 썼고 다음에는 같은 카피는 그대로 두고 사막 사진을 넣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메시지를 계속 하나씩 채워가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SK 텔레콤의 “June” 광고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 일간신문 마지막 면 전체를 텅빈 백지로 남기고 한쪽 구석에 아주 작게 “June”이라는 단어만 집어넣은 채 몇 일을 같은 광고만 게재했었다.(일부에선 그 비싼 광고면을 그 많은 지면에 하루도 아니고 몇일 동안 백지로 낸다고 멍청한 짓 이라고도 했다) 이후 잘 짜여진 메시지 노출 전략에 따라 방송매체로 옮겨갔고 지하철, 버스
등 옥외광고로 까지 캠페인을 확대해 나갔다.
가장 최근까지도 왕성한 광고를 하고 있고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현대카드의 “M”도 마찬가지이다. TBWA사가 진행했던 “M도 없으면서..”로 잘 알려진 M 광고는 후발주자인 현대카드가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기존 카드사와 똑같은 광고전략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티저광고 형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기존의 업계 Big3(국민,BC,삼성)와의 경쟁속에서 우량회원 확보와 고객 로열티 상승으로 상위권 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현대카드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순히 광고만 추진 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색상과 작고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 전략, 사용액 2%대의 높은 포인트 적립률(타 카드 0.1%대), ․개인 정보 시큐리티 강화, 젊은층 타깃의 서비스(마이 픽처 서비스) 등과 함께 브랜드 제고를 위한 광고 마케팅을 통합적으로 펼쳐나간 것이다.
티저광고가 단순히 타깃의 한 순간 주목이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로 연결이 될 때 비로소 원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때 티저광고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마이클럽의 '선영아 사랑해'는 이런 면에서 많은 비교가 될 수 있겠다. '선영아 사랑해'는 티저광고로는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2000년 당시 오늘의 문대성 현수막처럼 한동안 화제를 모아 실제 ‘선영’이라는 여성을 사랑한 남자가 한 광고라는 둥 온갖 추측을 뿌리며 마이클럽 사이트 오픈시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로 광고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브랜드 론칭이나 관심 유발에는 성공했지만 사이트 본래의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최초의 전략적 론칭 기획과 여성포털로서의 전략적 차별화나 서비스가 첫 기대만큼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매출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티저광고는 어떻게 진행해야 성공할까?
티저광고는 뭐니뭐니해도 반전에 그 극적인 묘미가 있는 광고이다. 따라서 이런 반전의 묘미가 곧 제품이나 서비스로 연결되어 극적인 반전만큼의 만족을 주도록 해야지 만약 그렇지 못하면 더 큰 실망만 주게 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대강 짐작할 수 있듯이 재미있어 보이고 쉬어보이는 티저광고지만 그 속은 그렇게 만만한 기법이 아니다.
우선 제대로 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비용이나 기간이 만만치 않다. 현대 M카드의 예를 보더라도 신문, 방송 등 주요 매체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채널 등의 대규모 물량공세가 기초가 된다. 당연히 비용 집행이 엄청나게 소요될 수 밖에 없다. 또한 현대카드의 경우처럼 철저한 경쟁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해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본래 의도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티저광고는 분명 호기심 유발을 목적으로 출발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상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차후 매출까지와도 연계된 전략적이고 복잡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집행되어야만 한다. 그저 호기심만 유발하고 타깃의 관심만 받는 것이 본래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문대성 현수막처럼.
다른 모든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티저광고도 통합된 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지 잘못 진행하면 오히려 목표 타깃들에게 불신이나 더 나아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안티 반응으로까지 발전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