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01일 Posted title : 웹 비즈니스 모델이 통하지 않는 경우

제가 늘 자만심을 갖는 분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1세대 컴퓨터(그 당시는 IT라는 말이 없었기에) 기자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80년대 중반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희망전자, 삼보컴퓨터 등이 8비트 컴퓨터를 개발했다는 기사를 쓰면서 마치 최고의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간다는 착각 속에 있기도 했습니다.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한 집착은 앞에 고정관념처럼 모든 것을 나만의 눈과 잣대로 판단하고 재단을 했습니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인터넷 홍수시대에 삽니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을 통해 거기서 우리가 필요한 정보들을 찾아 꺼내 쓰고 또 그것을 알지 못하면 시대에 뒤 떨어진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30대 미만의 젊은 층들은 인터넷의 절대적 의존도가 높지만 중장년 층은 아직도 인쇄 매체에서 지식과 정보를 얻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똑 같은 나라에서 어제 날씨 어땠어? 하고 물으면 강원도는 30도가 넘는 폭염이었다고 말하는 반면 제천은 폭우로 난리가
났다고 말하는 차이를 이제 정보의 바다, 인터넷 비즈니스 만사형통론 에서도 인정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년이 넘게 IT 분야에서만 일해 왔습니다. 때로는 1차적 직접 접근 분야에서, 때로는 그것을 활용한 2차적 접근 분야에서, 때로는 그 활용을 또 다시 가공한 3차적 접근 분야에서 아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IT만사형통에 자만했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에서의 인터넷 활용은 지금도 강하게 주장하고 또 추천도 합니다. 이런 저의 고정관념에 뒤통수를 얻어 맞은 일이 있었습니다.

화학분야에서 한 20년을 종사해 온 친구의 말을 듣고 섭니다. 친구도 이제 인터넷 시대에 맞게 회사 정보의 전달이나 비즈니스를 웹 사이트 등을 통해 웹 비즈니스를 하라고 권유를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단호히 거부하면서 우리 분야는 웹 비즈니스를 하면 다 망한다고 합니다. 소량 다품종이기에, 때로는 아주 작은 물량이지만 맞춤형으로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때도 많기에 가격, 제품 등 모든 정보를 오픈하는 순간 망한다고 하더군요. 마치 연예인의 몸값처럼 알려지지 않고 비밀스러운 것이 지금까지의 생존 비결이라고 합니다. 이 업의 특성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제가 경험한 웹 비즈니스
필승론을 명약처럼 처방한 저의 어리석음을 반성했습니다.

인터넷은 분명 고객과의 좀더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고 고객 평가 의견도 들을 수 있으며 우리 기업의 각종 정보를 잘 포장해 전달함으로써 고객 신뢰도나 브랜드 제고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기업과 기업 기업들간의 거래에서도 정보를 신속하고 다양하게 많이 주고 받을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비즈니스도 가능하게 합니다. 웹 비즈니스는 이전의 오프라인의 비즈니스에서보다도 더 값싸고, 더 질 좋고, 더 신속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어 기업 경쟁력 제고에 큰 역할을 하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과 업종에 이런 선순환 사이클만 있다는 편견은 버려야 합니다.

내 업종, 내 고객, 내 시장에 맞는 지를 먼저 파악하고 나서 웹 비즈니스 필승론을 주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홈페이지나, 웹 사이트라는 말 대신 마케팅 사이트(페이지) 또는 브랜드 사이트라고 고객에게 표현합니다. 단순히 일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가 아니라 상호 작용을 하는 마케팅의 한 도구이며 기업의 최초 목적이 정보의 전달이 아니고 매출이나 이윤 창출에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브랜드나 마케팅 사이트는 우리 비즈니스나 고객에 대한 정체성이 바로 확립되고 그 다음에 만들어도 늦지 않습니다. 다 한다고 하니까, 좋다고 하니까, 성공했다고 하니까 해서는 절대 웹 비즈니스 필승론의 주인공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은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는 것은 맞지만 한편에서는 정보의 조작에 의한 왜곡된 정보의 유출, 나만의 철학적 기반이 없는 정보의 남용으로 인한 비밀감 상실, 다수에 의한 (여론이라는 미명하에) 잘못됨의 횡포와 오류 정보의 급속한 전파 등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넷이 무한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가설은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무한의 기회 제공이 곧 고객 확보나 우리 사업의 성공으로 연결되는 지는 주위의 사례나 고객을 통해 검증 작업을 꼭 거쳐야 합니다. 인터넷은 분명 여러 방면에서 훌륭한 비즈니스도구입니다. 특히 오프라인의 정성적인 비즈니스 효과 측정을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게 하는 탁월한 능력을 자기고 있습니다(저는 이 부분에서 웹 마케팅을 적극 권유하고 신봉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고객들의 리얼한(보고상에 있는 임직원들의 가공을 통하지 않은) 목소리를 직접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꼭 필요한 유용한 도구 입니다. 

이러한 장점은 장점으로 인정하고 반대의 측면도 분명 함께 보아야 합니다. 넘치면 미치지 못함만 못한다는 말처럼, 앞의 어느 화학회사의 사장님처럼 우리 업종은 절대 웹 비즈니스가 필요 없다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웹 비즈니스의 유용론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내가 아는 것으로부터의 탈출이 어쩌면 성공의 첫 걸음일 수도 있다고 느낍니다.

Posted by zero | 2007/10/01 16:44 | 짧은 글, 짧은 생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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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B세상 at 2007/10/0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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