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 시대의 칠링효과 짧은 글, 짧은 생각

요즘 세간의 이슈로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 구속사건이 단연 으뜸입니다. 진보논객인 진중권씨는 만수(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위에 백수(미네르바)가 있다면 혹평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네르바 사태를 보면서 제가 하는 일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과연 그의 행동이 구속될만한 범죄의 행위였는가? 그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불온한 메시지와, 범죄적 채널을 이용했는지, 전달자가 비정상적 불순 분자였는지, 그리고 더 중요한 수신자인 우리가 이를 범죄 행위로 보았는지,그리고 처벌하라고 요구했는지 등등 아주 교과서적인 관점에서 보았습니다. 즉 커뮤니케이션의 교과서적인 모델인 벨로의 SMCR(Sender, Message, Channel, Receiver) 이론에서 보자는 말입니다.

 

앞에 제가 풀어 썼듯이 어느 하나 범죄적인 요소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미네르바는 현재 범죄자로 구속수감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법률적인 지식이 없어서 이에 대한 판단은 못하지만 지금과 같이 모든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방하고 그리고 그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참여가 이루어 지는 웹 2.0 시대에 100여개 글 중 몇 개의 내용을 문제삼아 그의 입을 막아 버리는 처사는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세계 제1 IT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생각을 공유하는 인터넷의 마당에서 이런 정도의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다면 대중의 힘으로 만들어 가는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있을 수 없으며 위키피디아와 같은 최고의 사전도 나올 수가 없습니다. 위정자들이 제일 자주 쓰는 국민이 원하면…이라는 말도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미네르바 구속과 함께 등장한 단어가 있습니다.

“칠링효과(chilling effect)” 입니다. 제가 위키피이아 사전에서 찾아본 결과 이런 풀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일명 ‘libel chill(문서 비방죄에 대한 냉소)’라고도 불리며 개인이나 집단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 처벌함으로서 두려움에 억압을 받는 효과라는 것입니다. 칠링효과가 강해지면 말이나 행동에 두려움을 느껴 입을 막고 소심해지는 방관자들로 전락할 수가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통로가 막히고 민의 표출에 억압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기사를 쓸 때 제일 처음 배운 것이 기자는 독자에게 밥을 먹여주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자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도록 밥상만 차려주면 되지 이 숫가락으로 먹어라, 젓가락은 이렇게 해라, 된 밥만 먹어라, 김치 반찬은 먹지 마라 등등의 지시나 암시를 주면 그때는 기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판단과 행동은 그들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그냥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고 판단과 행동에 지원을 해주면 정말 좋은 기자와 독자의 관계로 남게 되며 오랜 기간 그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미네르바는 단지 우리에게 밥상만 차려주었을 뿐 입니다. 먹고 배설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 알아서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밥상을 차린 것을 먹여주었다고 합니다.

 

관계라는 말은 아주 평등하고 상호 존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2.0의 정신인 개방하고, 공유하고, 참여한다는 것의 기본은 어느 누구가 지배에 있지 않고 서로 나누면 더 크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느 누구의 지배를 인정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순간 관계는 깨지게 되면 서로의 장벽을 치고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승자는 잠시간의 쾌락을 느끼겠지만 진정한 승리가 아닌 관계로 오래 즐겁지는 못할 겁니다.

 

미네르바가 유명 대학의 출신도 아니라느니, 외국에서 공부한 적도 없다느니, 지금은 실직자라느니 하는 것이 그 사람 글의 판단 기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 만수보다 백수라는 말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못한 말입니다. 전문가는 꼭 책으로, 강의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장인, 도인은 더욱 그렇습니다. 현장에서 느끼고 부딪치며 배우는 지식이 더 중요하고 살아있는 지식이기 때문입니다.

 

머리 속에 있는 지식을 형식지라고 합니다. 그것은 눈높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 많이 알고 똑똑하기는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고 맞추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남녀노소, 알고 모름, 소통의 정도에 따라 상호 커뮤니케이션되는 지식은 역시 암묵적인 지식(암묵지), 즉 실제 몸으로 배우고 현장에서 겪은 지식이 있어야만 누구나에게 눈높이를 만들고 편하게 소통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잣대로 미네르바 사태를 보아야 합니다.

 

벌써부터 칠링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지식의 나눔의 장이었던 아고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논객들이 움츠리고 있으며 혹시 문제가 되는 글이나 행동이 있을까 글을 삭제하기도 하고 수면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효과는 지금과 같은 웹 2.0 시대에는 있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지식은 나눌수록 커지고 정보는 나눌수록 정확해 집니다. 그것이 집단, 대중의 힘이며 진정한 지식입니다. 이 대중의 힘은 자유롭게 말하고, 쓰고, 행동하는 데서 얻어집니다. 이것에 칠링효과가 발생하면 점점 더 작아지고 오해가 생기며 더 큰 악영향으로 나타나게 됨을 알아야 합니다.

 

이제라도 제 자리로 돌려 놓아야 합니다. 마음껏 공유하도록 모든 것을 개방하고 그래서 대중들이 신나게 이야기 장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판단은 우리들의 몫입니다. 때로는 스스로에게 흉기가 되기도 할 수 있으며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이기가 되게 하는 것도 우리들의 몫입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그럴만한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못살고 배우지 못했던 계몽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더 이상 가르치려 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다 열어 놓으십시오. 다 나누게 하십시오. 그래서 하나보다 큰 둘, 둘보다 큰 셋 그래서 상상할 수 없었던 힘과 결과를 주는 것이 웹 2.0입니다. 칠링효과는 스쳐 지나가며 또 하나 배운 것으로 족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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