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integration), 융합(convergence), 컨셉(concept) 짧은 글, 짧은 생각

지난 주에컨셉 크리에이터” (평범한 회사를 단단한 기업으로 만드는 힘)의 저자인 김근배교수(숭실대 경영대학)의 강의를 듣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경영학과 출신으로 지금은 마케팅분야의 교수로 일을 하고 있지만 본래는 기초 학문인 수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소개를 들으며 응용학문적 내용보다는 기초적인 학문에 대한 이야기가 많겠다는 예상은 했지만 마케팅 이야기를 인간 내면의 기초적 본성에 입각한 강연은 제가 최근 들었던 강의 중 최고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글 주제는 저도 근본적인 사람의 심성(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제가 지난 2002년부터 먹고 사는 일로 하는 것이 IMC라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IMC ‘I’ ‘integration’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통합이라는 말입니다. 전부 풀어 쓰면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합한다? 마케팅도 어렵고 커뮤니케이션은 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어려운 두 가지를 통합한다고 하니 얼마나 골치가 아픈 일이겠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돈 슐츠교수의 IMC라는 것을 차음 접했을 때 현업에서 일하면서 늘 의문을 가졌고 풀지 못했던 숙제를 푸는 열쇠같아서 너무 반갑고 흡족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화두로 남아있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통합(integration, 統合)부분적인 결합에 의해 새로운 성질을 갖는 전체가 출현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최근의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인 소셜 네트워크라는 것도 어찌 보면 이 시대의 통합의 산물로 나타난 당연한 현상 중의 하나입니다. 생명분야에서는 각각의 개별적인 군집의 유기적 총체로서의 성질을 강조하기 위해 통합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디지털 정보사회에서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각 분야의 독립적인 구성요소들 간의 개개의 관계가 겹쳐서 예측할 수 없는 전체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많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즉 인간의 뇌처럼 온 몸의 감각 기관을 통해 모인 입력 정보가 어떤 하나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 통상적인 예측을 할 수 없이 나타나는 반응이 바로 통합입니다.

 

통합을 이해하기도 전에 작년에는 융합이라는 개념까지 회자되며 더 혼란을 가중시키며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몇 달전 말씀드렸던 이인식선생님(과학문화연구소장, 이 분은 오래 전부터 과학과 문화의 융합을 강조하셨던 선견지명을 가지시고 왕성한 저술활동과 강연을 하고 계십니다)의 저서지식의 대융합에서 읽었던 감회를 썼듯이 융합(convergence, 融合)은 생명학자들이 말하는 융합(fusion), 핵의 합체는 일어나지 않는 유사한 세포간 결합 또는 융합이라는 개념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최근 말하고 있는 융합은 핵(본질)의 합체를 통한 전혀 다른 신 개념이 다시 탄생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이 인문학(liberal art)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져 나온 산물이 바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라는 전혀 새로운 개념(concept)의 융합체라는 것입니다.

 

최근 역시 삼성이라는 감탄을 또 갖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성균관대학교가 삼성융합의과학원을 신설하고 의료 산업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대학원 과정인융합의과학과를 개설한다고 지난 10월 발표를 했습니다. 2011학년도부터 대학원 융합의과학과 석사, 박사, 통합과정 등 총 4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고 합니다. 이 융합의과학과는 성균관의대와 공대, 자연과학부, 생명과학부, 정보통신과학부 교수들과 삼성의료원,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등이 참여하게 됩니다. 삼성이 가장 먼저 앞서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던 저에게 김근배교수의 강의는 망치로 한대 얻어맞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컨셉을 con(우리, 모두) + cept(붙잡다)라는 방식으로 풀어가는 근본은 그동안 품었던 의문들을 상당수 풀어내는 자물통의 열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개념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붙잡는 무엇이다라는 풀이는 통합도, 융합도, 인문학도, 기술도 모두를 다 품어내는 근본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이 흔히 말합니다. “유식하다”. “무식하다”. 이 개념이 무엇일까요? 유식(有識)? 식이 있다. 그렇다면 식은 무엇인가. 식이 없다는 무식(無識)은 또 무엇이 없다는 것인가?

 

김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식을 불교의 육식(六識)에서 풀어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육식은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을 말하는 것으로 육근(六根)에 의해 대상을 지각하는 여섯 가지 작용, 빛과 소리와 향과 맛과 몸에 얽는 것과 법의 좋고 나쁨을 아는 것이 식이라는 것입니다. 육근은 안(), (), (), (), (), ()로 눈, , , , , 뜻의 통틀은 것입니다. 컨셉은 바로 이런 육식을 사로 잡는 것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교수는개념이 없는 감각은 공허하다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공허한 것은 개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식과 유식은 이 개념의 감각이 있고 없음이라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개념(컨셉)은 육식을 느끼게 하는 감각이 바로 컨셉이라는 것입니다.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이나 모두 대상(소비자, 내부 임직원, 이해관계자 등 전부)들을 우리의 컨셉을 제대로 알리고 이해해 유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무식하면 마케팅도 커뮤니케이션도 다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렵다는 것은 셀 수 조차 없는 대상자들의 육식이 다 제 각각이어서 이것을 일일이 알아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육식을 말하신 부처님처럼 신의 경지에 올라야 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김교수는 공허한 감각을 만들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공허하면 대상들은 인지하지 못합니다. 소비자나 고객들이 원하는 육식을 정확하게 찾아내 직접 보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소비자의 생각과 생산자의 생각이 같지 않고 말하는 사람(話者)과 듣는 사람(聽者)의 생각이 다릅니다. 이 다름을 묶어주는 것이 바로 마케팅 활동입니다. 끝으로 김교수의 말을 빌어 마칩니다. “먼저 컨셉을 만들고 나중에 마케팅하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못하는 것이 컨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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