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필요없는 소통, 문화가 있는 소통

어제는 막내 딸아이와 인사동, 북촌, 서대문형무소 역사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인사동과 북촌은 자주 다니는 곳이었지만 서대문역사박물관은 저도 처음으로 가보았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책으로 교실에서 배웠던 공부보다 직접 눈으로 본 공부가 참 공부라는 생각을 다시 느끼고 왔습니다.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라!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라!는 식의 체험이 책이나
선생님 말씀으로 하는 교육보다 효과적입니다.
 

말이 필요없는 소통, 문화가 있는 소통


최근의 두 가지 단상이 제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8월초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린 한 코미디 프로그램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삼성과 엘지에 관련된 이슈가 그것입니다. 20여 년이 넘는 동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해온 제게는 희망도 있고 슬픔도 있는 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MBC TV
토요일 아침 프로그램인 “그날”에서 방영하기도 했던 세계적인 공연 축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한 갈갈이 패밀리 소속의 옹알스팀(조수원 채경선 조준우 최기섭)에 대한 내용은 우리 문화가 어떻게 해야 세계적으로 공감을 가질 수 있는가를 난타, 태권무에 이어 또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Babbling Comedy The perfordian(performance + comedian) Show” 라는 이름으로 이번 달 초 국내 최초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개막한 애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한 옹알스팀은Babbling(어린아이 옹알이를 뜻하는 말)이란 이름으로 말이 필요없는 퍼포먼스 위주의 코미디를 선보였습니다.

옹알스팀의 공연은 우리나라에서 공연되는 여타 코미디 공연처럼 코미디언들이 말로 하는 공연이 아니라 마술, 기예 등을 통한 웃음을 전달하는 퍼포먼스입니다. 따라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냥 눈으로 보는 대로, 마음으로 느끼는 대로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글로벌 퍼포디언들입니다.그러니 대한민국 최초로 출전해 최고 평점인 별 5개를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젊은 코미디언 국내에서 푸대접을 받았지만 세계적 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난타, 태권무에 이어 또 다른 글로벌 프로그램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커뮤니케이션을 말할 때 자주 예로 드는 "메라비언의 법칙"을 입증하는 또 다른 좋은 예가 바로 자랑스런 옹알스팀 입니다. 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라비언 박사가 주장하는 이 법칙은 사람이 직접 대면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내용이 7%, 목소리가 38%, 표정 35% 그리고 태도가20%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말보다는 태도나 표정 등 눈으로 느끼는 시각적 전달이 훨씬 중요하다는 넌버벌 커뮤니케이션 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개그콘서트처럼 말로 이렇게 전달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더라도 웃음의 코드와 문화가 다른 그들에게 평점 별 다섯 개를 받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말도 안 통하는 동양의 젊은 퍼포디언들이 하는 공연에 찬사를 보내고 방송에도 출연할 수 있었을까요? 당연히 진심과 정성과 간절함 때문이었습니다. 상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넌버벌이 되어야 비로소 그들의 마음과 통하게 되는 겁니다.


또 다른 예는 얼마 전 보도되었던 스마트폰의 세계적 OS(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구글과 손잡기 전에 우리나라 삼성전자나 엘지전자에 먼저 제안을 했으나 이 두 회사가 지금의 성공가치를 알아보지 못해 대만의 HTC 에게 스마트 폰 시장을 넘겨주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우리의 안목이 잘못되어 그렇게 된 결과일수도 있겠지만 저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삼성이나 엘지의 인력들이 그 정도로 떨어진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삼성의 바다처럼 자체 OS를 개발해 수용이 불가피 했거나 엘지도 기타의 복잡한 사연이 분명 있었기에 그렇게 판단을 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중요한 내용이 숨어있습니다. 어느 전문가의 시각처럼 만약 그때 우리가 이것을 수용했다면 구글처럼 안드로이드를 아이폰에 대항마로 세계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절대 아니라고 전문가는 단언합니다. 저도 100% 동의를 합니다.

제가 회사생활을 할 때 당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를 인수해 그 인력 그대로, 그 자리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도록 했습니다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이 유명했던 회사와 소프트웨어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세계적 소프트웨어를 그대도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은 커녕 그동안의 글로벌 명성도 잃어버리는 쓰디쓴 경험을 한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배경에는 문화라는 깊은 코드가 숨어있는데 이것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개발자들이나 관리자들의 마인드가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대로 글로벌적이기 보다는 국내적인 생각이 소통에 문화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지식과 화려한 언변으로 고급의 말을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정석으로 인정되는 문화에서는 상대의 눈높이를 중요시 하고 그들에게 맞추려는 노력보다는 내 생각을 입으로, 어쩌면 주입식으로 넣으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그런 결과를 가져 왔는지도 모릅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처럼, 옹알스의 별 다섯 평점처럼 우리가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진심은 자기가 알고 있는 많은 풍부한 지식이나 미사여구가 아니라 상대가 느끼는 진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체의 7% 밖에 안되는 버벌적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 하고 목소리, 표정, 태도를 중시하는 93%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 우리의 진심이나 생각이 통하기를 바라는 커뮤니케이션은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먼저 SNS 서비스인 싸이월드나 아이러브 스쿨을 개발하고 사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밀리는 이유가 다 이런 문화에 바탕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어쩌면 우리나라 내에서는 안드로이드와 같은 제안이 또 다시 온다고 하여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젊은 이들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옹알스처럼 국내에서는 인정을 못받았던 공연이 먼 이국 땅인 애딘버러에서 세계인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 땅을 벗어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절망적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세계적 프로그램을 인수하던, 제안을 받아 수용을 하던 우리의 문화, 우리의 코드로 관리하지 않고 그들에게 맡겨 놓으면 됩니다. 지금까지처럼 분명 선무당이 사람을 잡을 수 있는 문화가 당연시 되고 그것을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지금의 이 위기들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97%
를 차지하는 넌버벌 커뮤니케이션의 성공법은 내가 중심이 아니라 상대(고객)가 좋아하는 목소리와 눈빛, 태도를 갖추면 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 문화와 코드에 충실해왔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이것을 변화시키고 개혁하지 않는 한 제 2, 3의 안드로이드 실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아직도 SNS나 글로벌 대세인 개방, 공유,참여의 문화를 모르고 닫고, 독점하고 독단을 하는 문화와 코드로는 이 위기들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벌써 여름이 다 가고 입추도 지나고 곧 처서입니다. 호들갑을 떨던 더위도 또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지나간 과거가 됩니다. 그 시간에 어떤 고통도 흐르면 흐르게 되어 있음을 자연이 또 가르쳐 줍니다.

8월 잘 정리하시고 풍성하고 시원한 결실의 9월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도 좋은 계획과 노력으로 행복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정진하며 사는 단무원심 이원섭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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