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신문들을 보면서 몇 가지 공통된 용어들이 생각났습니다. 자본주의가 점점 깊어질수록 사회는 양극화되어 간다고 상류층의 소비행태를 걱정하는 언론이 있는가 하면 양극화의 그늘, 즉 서민들을 대상으로 제품(저가격)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반대로 점점 가격을 내려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내용들을 정리하는 용어는 레드오션, 블루오션. 퍼플오션을 쓰고 있습니다.
이 각각의 세 용어는 모두 컬러를 기본으로 시장의 기본 경쟁 질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아시는 사실입니다. 레드오션은 피빛으로 치열한 유혈경쟁 시장,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며 블루오션은 푸른 바다 빛 시장으로 오직 나만의 평온한 시장, 가격 정책에 상관없이 내가 가격 정책을 정해도 되는 무혈의 시장입니다. 또 퍼플오션은 이민화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주장한 것으로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핵심 기술을 도입해 시장 판도를 바꾸는 퍼플오션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등장한 용어입니다. 신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블루오션 전략보다는 '퍼플오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조선이나 반도체 같은 분야라며 이 전략은 치열한 경쟁 시장인 레드오션에 참신한 아이디어로 블루오션 전략을 접목시켜 시장 판도를 바꾸는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시장과 소비자로 돌아와 보면 이런 용어들이 등장한 배경에는 시장의 원리가 꼭 교과서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데서 나온 것입니다. 가격이 시장을 지배한다기 보다는 소비자의 심리가 점점 시장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이 그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주장한 ‘베블런 효과’는 이런 소비자의 심리가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심리를 묘사해 “싸면 안 팔리고 비싸면 잘 팔린다”는 것을 말합니다. 몇 년 전에 일본 언론들이 우리나라 자동차 소비자의 심리를 비꼬면서 한국은 이상하게도 렉서스를 사면서 싸게 사려고 하지 않고 비싸게 사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 베블런 효과의 전형적인 예라고도 한 적이 있습니다. 베블런 효과는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것으로 상류층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치를 일삼는다고 베블런은 꼬집었습니다.
요즘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고급 백화점의 비싼 매장(이것을 언론이나 무분별한 소비자들이 다들 명품매장이라고 부릅니다. 분명 잘못된 용어입니다. 고가 제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이런 양극화를 줄인다고 봅니다)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재래시장들은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재래시장이 과시욕이나 허영심을 채우는 고가의 제품을 취급하기도 어렵고 무조건 이런 소비 심리를 따르지도 못합니다.
이런 심리와는 반대인 기사도 있었습니다. 한때는 블루오션의 대표로 표현되던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 뛰어든 후발 업체들이 가격을 어떻게 결정할 것이가를 고민하다가 저가 출시를 결정하는 바람에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 변해간다고 걱정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이 음식물 처리기는 현란한 컬러로 부유층의 주방이나 유명인들의 주방에는 항상 뒷 배경을(PPL 광고) 차지하곤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변해버린 걸까요?
후발 업체인 경우에는 앞서 출시한 제품들 보다도 월등한 기능과 성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저가로 책정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앞서 렉서스처럼 계속 고가의 베블런 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을 왜 쓰지 못하는 것일까요? 비싸야 잘 팔리는 우리 소비자 행동을 잘못 이해 한 것일까요?
이 답을 이민화이사장은 ‘퍼플오션’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전 이것도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즉 경쟁이 심한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핵심 기술을 도입해 시장 판도를 바꾸는 전략이 퍼플오션인데 이미 후발로 또는 경쟁을 하는 기업들은 다들 이미 이렇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발 음식물 처리기 업체는 기존 제품에는 없는 인공지능 기능까지 접목하고 있으며 또 어느 제품은 기존 제품에는 없는 분쇄와 건조까지 더 빨리, 더 싸게 처리하는 기술들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요? 그 답을 주는 책을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MIT 교수에서 전문 컨설턴트로 자리를 옮긴 마이클 트레이시 박사가 대표 저자로 되어 있는 ‘레드오션을 지배하는 1등 기업의 전략 (경쟁자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택과 집중의 법칙)’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레드오션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경쟁 우위의 확보 전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트레이시 박사와 위어시마 교수는 그동안 전세계 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를 통해 시장을 지배하는 1등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측면에서 최고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개념을 재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1등 기업이 되려면 '운영의 탁월성', '제품 리더십', '고객 밀착' 중 하나의 전략을 선택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즉 기술이나 제품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너무 경쟁이 치열하고 다들 하고 있으니 소비자의 가치 심리 파악이 1등 기업의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치 전략’을 만들어야 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고 선택한 가치 전략을 실행해야 레드오션으로 변한 시장에서 포기하지 말고 지배하는 1등 기업이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분들이 대부분 IT 분야에 계시는 분들이 많아 이 소비자의 가치 심리 보다는 기술이나 제품의 우위를 말씀하시는 분이 대부분이지만 우리 경쟁자들도 이미 다 그렇게 하고 있으며 결국 내가 최고의 제품이나 기술을 만들었다고는 하나 선택하는 것은 나 같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라는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셔야 합니다. 이미 오랫동안 이런 사실을 깨달았으면서도 아직도 자기의 고집을 꺽지 못하는 경영자 분들이 대부분임을 봅니다.
제가 단지 소비자 심리 가치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의 책에서도 언급했듯 1등 전략의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리더십(1등)이고 또한 운영의 탁월성(1등 경영)이 맞습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바로 세번째 고객 밀착(가치 소비 심리 파악 1등)이 대부분 모자라고 여기서 1등 기업이 되지 못하는 차이가 난다는 사실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정말 노력도 많이 하고 잘 하십니다.
이제 치열한 시장 경쟁(레드오션)에서 1등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차별화 되는 '고객 밀착'전략이 필요할 때입니다.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변화하는 시장에서도 1등이 되는 전략이 가치 소비 심리(고객 밀착) 전략이기 때문입니다.